Case studyFDE careerSession 2
통역병에서 FDE로, 이예찬 님이 물류 현장의 언어를 잇는 법
2026.09.06 · 5 min read
This note is published in Korean only — the text below is the speaker-confirmed original. A translation may follow once it can be reviewed the same way.
두 번째 케이스 토크에서 이예찬 님은 한 물류회사에서 하고 있는 AX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전략기획과 사내 AX를 경험한 뒤, 지금은 외부 FDE로 현장에 들어가 일하고 계신데요. 혼자 맡아보니 사람과 권한, 책임까지 함께 살펴야 했다고 합니다.
이야기는 군 복무 시절 통역병 경험에서 시작됐습니다. 회의 전에 잠을 못 잘 만큼 부담을 느끼던 그 일이, 지금 부서와 경영진 사이에서 일하는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말을 옮기기 전에, 무엇을 원하는지부터
통역을 하던 예찬 님은 회의에 들어올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미리 알아보려고 했습니다. 회의 전 짧은 대화를 나누며 참석한 이유와 기대하는 바를 들었어요. 그렇게 배경을 알고 들어가는 것이 통역에 도움이 됐다고 합니다.
전략기획에서도 비슷한 일을 만났습니다. 현장의 상황을 경영진이 판단할 수 있는 말로 설명하고, 경영진이 생각한 답을 실제로 검증할 수 있는 가설로 바꾸는 일이었죠.
물류회사에서도 사람마다 궁금한 것이 달랐습니다. 경영진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현업은 당장 내 일이 어떻게 바뀌는지에 관심이 있었어요. DT 담당자는 데이터가 어떻게 쌓이고 활용되는지를 보고 있었고요.
예찬 님은 같은 프로젝트라도 각자의 언어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업무 흐름을 연결한 운영 화면을 만들고, 보는 사람에 따라 필요한 내용을 보여주도록 구성했어요. 데이터 입력과 관리, 고객 대응, 손익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한곳에서 살펴볼 수 있게 한 것입니다.
개발이 늦어지는 이유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주문을 자동으로 생성하려면 먼저 정해야 할 것들이 있었습니다. 업무 프로세스를 어떻게 바꿀지, 어떤 코드를 기준으로 쓸지 합의해야 했어요. 그런데 그런 결정이 이미 끝난 것처럼 여기고 개발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었다고 합니다.
예찬 님은 아직 합의되지 않은 항목을 운영 화면에 드러냈습니다. 회의를 열기 전에는 이전 논의의 맥락과 이번에 확인할 내용을 보여주고, 회의가 끝나면 결론을 남기도록 했어요. 결정하지 못했다면 미정이라는 상태도 그대로 남겼고요.
그러자 대표의 질문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왜 빨리 안 되느냐는 질문에서, 아직 합의하지 않은 프로세스를 언제까지 정할 것이냐는 구체적인 요청으로 바뀐 거죠.
예찬 님은 이 과정에서 말을 어떻게 전할지도 신경 썼습니다. 기준을 새로 세우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자신이 평가받는 일로 느껴질 수 있었거든요. 지금까지 해온 일을 인정하면서 개선할 부분을 설명하고, 현업에는 경영진이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함께 전달하려고 했습니다.
운영 화면을 만든 뒤에도, 사람들이 그 화면을 보며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계속 살펴야 했던 셈입니다.
태풍으로 예약이 취소되면, 다음 배는 어떻게 고를까요
예찬 님이 소개한 물류 현장은 예외가 많았습니다. 고객마다, 법인마다 쓰는 양식과 처리 방식이 달랐어요. 거의 모든 것이 예외처럼 느껴질 정도였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태풍 때문에 예약한 배를 이용할 수 없게 됐다고 해볼게요. 담당자는 문제를 알아차리고 대체할 배를 찾아야 합니다. 이때 어떤 정보를 보고, 무슨 근거로 다음 배를 선택하는지에 숙련자의 판단이 들어 있었어요.
예찬 님은 운영 담당자가 위험을 확인하는 화면과 고객에게 상황을 전달하는 화면을 함께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일하면서 예외를 어떻게 발견하고 처리하는지, 어떤 경로로 판단에 이르는지 남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해요.
그 예외를 어떻게 처리하는지가 우리의 자산입니다
대표에게도 예외를 처리하는 노하우를 회사의 자산으로 남길 수 있다는 관점으로 설명했습니다. 퇴사를 앞둔 담당자가 자신의 노하우를 나눠주기도 했고, 예찬 님은 그 내용을 반영해 에이전트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대체할 배를 골랐다는 결과에 그 배를 선택한 이유까지 남으면, 다음에 비슷한 문제를 만났을 때 참고할 수 있습니다. 예찬 님이 붙잡고 있던 것은 현장에서 이런 판단이 만들어지는 과정이었어요.
자신이 떠난 다음에도 판단할 수 있도록
예찬 님은 담당자 옆에서 함께 일하며 업무를 배웠습니다. 직접 해보니 더 보이는 것이 있었다고 해요. 그 과정에서 세운 가설과 근거를 기록하고, 예상과 실제 결과를 맞춰보며 자신의 생각을 고쳐나갔습니다. 언제 작업을 멈춰야 할지도 함께 고민했고요.
이렇게 쌓은 것을 다음 현장에서도 쓸 수 있도록 정리하면서, 지금 일하는 조직에 남기는 일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남은 것들을 제가 가져가지만 이 조직에도 남깁니다.
함께 배정된 개발자에게는 앞으로 생길 만한 문제와 해결 방법, 그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지까지 담아 넘기려 한다고 해요. 자신이 자리를 떠난 뒤에도 다음 사람이 상황을 이해하고 이어갈 수 있도록요.
예찬 님이 준비하는 인수인계에는 도구를 유지보수하는 방법과 함께, 그 도구를 만들며 배운 현장의 사정과 판단의 근거가 들어 있었습니다. 다음 문제가 생겼을 때 다시 꺼내볼 수 있도록 남기려는 것들이었습니다.